|
2007년 07월 24일
![]() 실제 영화상에서 나오지 않은 잘려나간 장면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는 지금까지 꿈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네, 네오. 보드리야르가 하는 말처럼 말야. 네 전 생애가 지도 위에 있었던 거지. 땅 위에 있었던 게 아니라." 이 대사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과학의 정확성」이라는 에세이에서 사용한 우화를 언급한 것입니다.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의 저자 쟝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이 보르헤스의 우화를 책 첫머리에 인용합니다. "왕국의 지도 제작자들은 극도로 정밀한 지도를 만들어서 결국은 지도가 왕국의 모든 땅을 정확히 뒤덮어버리고 만다. 결국 시간이 흘러 그 지도는 점차 닳아 없어지고 마침내 몇몇 찢긴 조각들만이 사막 위에 나뒹굴고 있다." 하지만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포스트모던 문화에서는 이와 반대의 일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모형과 지도를 너무 신뢰하게 되서 지도보다 먼저 존재했던 현실 세계와의 연결 고리를 모두 잃어버린 겁니다. 현실 그 자체가 오히려 모형을 따라하기 시작한 거죠. 이제 모형과 지도는 현실 세계보다 먼저 존재하고 현실 세계를 결정하는 겁니다. "땅은 더 이상 지도보다 먼저 존재하지도 않고 지도가 소멸한 후에 계속 남아있지도 않다. 반대로 지도가 땅보다 먼저 존재하고 지도가 땅을 만들어 낸다. 시뮬라크르가 먼저이다. 그리고 앞의 우화를 고쳐 쓰자면, 오늘날에는 땅의 찢긴 조각들이 지도 위에서 서서히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도의 잔해가 아닌 현실의 잔해가 여기저기, 왕국의 폐허가 아닌 우리의 폐허 위에서 뒹굴고 있다. 즉, '현실 그 자체의 사막인 것이다'." 매트릭스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들이 키아누 리브스에게 영화를 찍기 전에 숙제로 읽으라고 내준 책이 바로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이라고 하니까 이 이야기가 설득력이 어느 정도 있겠지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