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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25일
-7- '아주 그냥 아군이 싸그리 다 죽은 뒤에 부르시지 그러셨습니까?' 기베르 총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노르망디 대공 샤를의 기함 『롤랑 드 론세스바예스 Roland de Roncesvalles』에 올라타며, 조슈아는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렸다. 에르퀼 참모장의 발작으로 인해 뒤숭숭해진 대본영의 분위기, 그리고 파비아 공성전을 통해 점점 텐션이 늘어지고 있는 전장… 여기 오기 전에 알루에트에게 어느 정도 귀뜸을 받은 조슈아는 지금 이 상황에서 이렇게 모여봤자 대체 뭘 어쩌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듣기 싫은 헛소리를 안 들어도 되겠지… 예전 에르퀼의 궤변에 질려 있었던 그에게 그것 하나는 확실히 위로가 되어 주었다. 기함 롤랑의 브릿지 안에서 열린 회의에서 격론만이 오고갈 뿐이었다. 별다른 뾰족한 수도 없는 게 지금의 상황, 토론을 해봤자 나오는 소리라고는 계속 공격해야 하느냐, 아니면 물러서느냐 둘 중 하나였다.그런 상황이 답답해서인지 마법 통신 영상에 비친 기베르 공이 조슈아를 향해 물었다. "조슈아 공, 자네가 이번에 파비아를 점령해 볼 수 있겠는가?" "불가합니다." 바로 단정을 지어버리며 조슈아가 말했다. "지금 파비아는 우리 아군 수만 명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자들이 방심하길 기다리는 것은 무리이고, 또한 우리가 묘수를 써서 요새에 침입하려고 해도 알아챌 것입니다. 게다가 제가 전에 라르크 앙 시엘 요새를 점령했던 방법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 뻔할 터. 그런 수를 다시 쓴다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 없는 짓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하는 기베르 공작을 보자 조슈아는 뭔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베르 공, 지금 소관이 보기엔 우리 제국군에게 있어서 파비아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봅니다." "……." 그 말에 노르망디 공작 샤를이 조슈아를 향해 돌아보았다. 그는 대담공 샤를 Charles le Temeraire 이란 별칭을 가진 장군답게 항상 전략이나 전투에서는 적극적이고 대담한 성향을 선호하였다. 그런 자라면 요새가 앞에 있으면 점령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기본이었다. "파비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게, 저…." "계속 말해 보게, 조슈아 백작." 하지만 조슈아라는 이 친구는 자신과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실적은 언제나 확실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의견으로 자신이 생각 못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까 궁금해 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담공 샤를은 조슈아에게 말을 계속 해보라는 제스쳐를 보였다. "일단 지금까지의 작전을 구상하고 있던 에르퀼 경이 치료 중이라고 하니 이제까지의 작전에 구애받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 말인즉슨?" "에르퀼 경이나 제국 정부측의 무모하고 어리석은 강요따윈 집어 치우고, 보다 실제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조슈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지금 자신이 부르봉 가문을, 더 정확히는 재상 '각하'를 군사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능멸했다는 걸 인지하고는 생각했다. '이로서 부르봉 집안에서 날 잡아 죽이려고 난리를 치겠군.'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사실이 그런 것을… 조슈아는 쓴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기베르 공, 그리고 샤를 공, 랑베르 공 세 분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소관은 파비아에서 우리 제국군 전군이 후퇴를 하는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조슈아 님?" 달빛 아래 갑판에 나란히 서서 저 멀리 있는 파비아 시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던 알루에트는 조슈아의 말에 놀란 듯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런 거에요." 말똥말똥한 두 눈에 의아함을 가득 담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이 아름다운 엘프 여기사를 위해 조슈아는 차근차근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호수에 비친 달은 아무리 돌을 던져도 깨뜨리지 못하고, 그 달빛에 비친 그림자는 아무리 발로 밟아도 없앨 수 없어요." "……?" "알루에트 씨, 지금 우리가 앞에서 대면하고 있는 파비아는 바로 호수에 비친 달이며 그 달빛에 비친 그림자에요." "그들이 지금 마법으로 만들어 놓은 허상이라는 건가요?" "아뇨, 설마요. 하하." 분명 포탄도 날아오고 마력포 에너지도 날아오는 도시이다. 그런 도시가 어떻게 허상일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말이죠. 저 파비아의 가치 자체가 허상이라는 소리에요." "단지 우리의 발목을 묶어놓는 것밖에는 하등의 전략적인 이점이 없는 곳이지요. 설사 저 성을 점령한다고 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정보나 식량, 재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야 단지 우리를 붙잡고 버티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죠." "버틴다는 소리라면… 그들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가?" 노르망디 공작의 물음에 조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적절한 시간에 내놓을 수 있는 체스의 수는 바로 모든 말들의 전진이니까요." "그렇다면…" "네, 알루에트 씨." 조슈아가 말한다. "신성 유란드라 제국군의 전군이 반격하러 올 거에요." "반격이라구요?" "네. 이미 지금 빈도보나에서 출격을 했을 거에요." 그 말에 알루에트는 지금 조슈아가 농담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다는 소리는… "그럼 우리 아군은 어떻게…?" "지금부터 대비를 해 둔다면 참패를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는 하나, 파비아 안에 있는 적군들을 그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그들 도시 안에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비공함들도 있으니까 말이죠. 분명 전투가 일어날 때 우리 아군의 등을 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말인즉슨, 조슈아 경이 파비아를 점령하겠다고 하는 것입니까?" 옆의 툴루즈 변경백 로웰 Lowell 경의 질문에 조슈아는 단언하듯 대답했다. "아닙니다, 로웰 백작." 그 말에 로웰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럼 대체 파비아의 군대를 그대로 둘 수 없다면서 파비아를 점령하지 않겠다는 소리는 뭐란 말인가? 그 순간 로웰은 조슈아가 마치 말장난이라도 하는 것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랑베르는 조슈아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어느 정도 알겠다는 듯이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는 소리인 즉슨, 파비아를 점령하지 않고도 파비아의 군세를 무력화 시키겠다는 소리로군 그래." "네, 아키텐 공." 하지만 여전히 아리송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기베르 공이 조슈아에게 물었다. "아직도 난 이해가 가지 않네. 대체 그러니까 파비아를 점령하겠다는 말인가, 아니면 점령하지 않겠다는 소리인가?" 조슈아는 생각해 둔 게 있는지 그렇게 되묻는 기베르에게 자신있다는 듯 씩 웃으며 말했다. "파비아를 점령하지 않고도 그들을 무력화 시키는 것은 가능합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그들이 요새 바깥에서 힘을 발휘하게만 하지 않으면 끝인 겁니다." "그렇다면 어쩌시겠다는 거죠?" 알루에트가 갸웃거리면서 조슈아에게 물어보자 그는 이 사랑스러운 공주님을 안심시켜기 위해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저들을 파비아에서 끌어낼 거에요." '이제 슬슬 올 때가 됬는데….' 하지만 파비아 근처에 쳐 놓은 대규모의 통신 차단 마력장 때문에 본군과의 통신 마법은 쓸 수 없다. 파비아 시 수비 총지휘관인 로베르트 Robert 소령은 어쨌든 명을 받은 대로 이 곳을 절대적으로 사수해야만 했다. 그리고 또한 그는 지금 요새를 포위하고 있는 적군들이 아군 본대와 접전을 벌일 시에 적군의 뒤를 습격해서 허를 찌르는 임무도 같이 병행해야 했다. 하지만 바로 그것에서부터 그의 고민이 시작된 것이었다. 통신이 해결된 상황에서 본진과의 연락을 통해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서 그런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이상, 지금의 통신 불량 상황에서는 순전히 로베르트의 판단에 따라 후자의 임무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부하들에게 파비아를 포위하고 있는 적군들에 대한 동태 보고를 게을리하지 말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건 잘 지켜지고 있었다. 그게 언제까지 갈 지가 문제였지만. "보고입니다, 각하." "그래, 무슨 일인가?" "이상한 말씀입니다만, 지금 네우스트리아 군들이 서서히 포위를 풀고 있습니다." "…?" 파비아를 포위하고 있는 걸 풀고 후퇴를 한다는 건가?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 "우리를 속이려고 그러는 거겠지. 설마 그들이 이 곳의 포위를 풀겠나?" "그건 그렇지만 더 이상한 게 있습니다. 들어보십시오." 부하의 보고에 그제서야 로베르트는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포격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마 포위군의 후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인 거 같았는데, 아무래도 그곳에서 싸움이 벌어진 것 같아 보였다. "그들의 뒤를 누군가가 습격했나 봅니다." 그 말에 로베르트가 언뜻 한 생각을 떠올렸다. 파비아를 수성하러 가기 전에 레오폴트 상급대장은 만일 파비아가 적군에게 포위되어 있다면 적어도 3주 안에는 구하러 올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오늘이 그 3주째 되는 날이었다. 아직까지 제국군에 관련되어서 커다란 변고는 들은 바가 없으니, 적어도 오늘쯤 예정대로 레오폴트가 이곳으로 구원군을 보내준 것이라고 로베르트는 생각했다. "결국은 버틴 보람이 있군. 본대 함대가 우리를 구원하러 온 거 같아." "정말입니까, 각하?" "그래,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히 적군의 뒤를 요격…." 그렇게 말하다가 로베르트는 순간 이런 느낌이 들었다. 만일 지금 자기가 오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고…. 만일 본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자신들이 착각하고 바깥으로 나가게 된다면 그 뒤에 벌어질 일은… "잠깐…." "네, 각하?" 로베르트는 순간 머리 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굴려 보았다. 만일 자기가 나가지 않는다고 하면 만일 본대가 적군과 싸우고 있을 때 자신이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만일… 함대를 이끌고 나갔는데 그것이 함정이라면 상대적으로 수가 불리한 아군 쪽이 패배할 것임은 자명했다. "… 각하, 그럼 요격할 준비를 취소할까요?" "… 아, 아니야. 지금 파비아에 주둔하고 있는 함대들은 전투 태세에서 대기하도록 지시를 내리게. 나도 곧 갈 것이야." 그렇게 말하며 로베르트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좋아, 이제 더 이상 공포탄을 쏘지 않아도 돼. 다들 실탄을 적재하라고 지시하게." 샤를 대담공의 지시에 병사들이 마력포의 캡슐을 실탄용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 샤를이 다시 브릿지로 가면서 어제 조슈아가 작전 회의에서 한 말을 떠올렸다. "분명 유란드라 군의 본진은 지금쯤 이 파비아 근역의 외곽부까지 왔을 것입니다. 그건 아마 저 파비아 안의 적군들도 알고 있는 것이겠죠. 물론 통신으로 아는 것은 아닐테고, 아마도 이곳으로 배치되기 전에 레오폴트 경에게서 직접 언급을 받았을 것입니다." 조슈아는 차근차근히 이야기를 해 나가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건 제가 세운 계획의 기본 전제와도 관련이 있는 것인데, 지금 우리가 파비아에 대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그것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드디어 파비아의 성문이 열리며 주둔 함대가 네우스트리아 제국군의 후진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젠 점점 더 가까워져 오는 네우스트리아 후방의 포격 소리를 들으며 항모 브리지에 서 있는 로베르트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아까전 그는 몇번이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자신이 보기엔 적군의 계략은 자신들이 함정을 파놓은 것같이 보이게 해서 혹시나 유란드라 제국군 본대와 싸울 때 혹시나 있을 파비아 주둔 함대의 역습을 미리 방지하려는 것이었다. 즉 일부러 함정같아 보이게 해서 이 파비아의 함대들의 발목을 로베르트의 의심으로 묶어놓겠다는 결론인 것 같았는데…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하면 오히려 출격을 할 준비를 안 할수가 없지.' 분명 그들은 파비아의 주둔 함대가 의심을 하며 절대 나오지 않을 거라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겠지… 이런 작전을 분명 그 조슈아인지 뭔지 하는 네우스트라의 장군이 세웠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로베르트는 슬쩍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비프로스트 요새를 무혈로 점령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렇게 쉽게 간파당하는 전략을 세우다니, 벌써 그 지략이 다 고갈된 건가… 본대과 지금 적군의 후방과의 전투를 치르고 있다면 지금 자신이 이끌고 파비아 성 밖으로 나온 이 함대가 적의 뒤통수를 치는 것만으로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이 전투에서 공로를 세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다들 공격 준비!" 요새 쪽으로는 신경도 쓰지 않는지 후방으로 향하는 네우스트리아 제국군을 향해 포격을 가하려고 하는 함대들. 하지만… "…?" 기습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던 순간, 로베르트는 자신의 눈 앞에서 방금 전까지 본진의 후방을 향해 날아가고 있던 함대들이 어느새 파비아 주둔 함대들을 포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뭐야 이건?!" 지금 적군이 취하고 있는 진형은… 그렇다면 적군은 자신들의 존재를 미리부터 알고 반전(反轉)의 기회를 노리다 지금 자신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것인가! "그렇다면 이건 설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알루에트 씨, 그러니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파비아 안에 있는 적군들이 어떤 행동을 취해주길 바라느냐 그런 것이에요."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귀여운 엘프 공주님에게 조슈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알루에트 씨. 언뜻 들으면 복잡한 소리라서 잘 모르실 수도 있어요. 실제론 간단하지만요." "그런가요? 후후." 그래도 그녀는 조슈아를 믿고 있었다. 분명 맹목적일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조슈아의 그 검은 눈동자를 응시하면 그가 말하는 모든 말이 다 옳은 말로 들렸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그의 말을 약간 이해할 수는 없어도 어쨌든 무작정 그의 말을 신뢰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네우스트리아 입장에서는 파비아에서 취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건 몇 가지 없어요. 파비아는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이동이 가능한' 주력 함대가 있어요. 만일 이것이 우리가 본 전투를 치를 때 우리의 뒤를 역습한다면 상당한 위협이 될 거에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알루에트 씨?" "네, 조슈아 님." "하지만… 그 함대가 우리에게 위협이 되어야 한다면 적어도 하나의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해요, 알루에트 씨." "그러니까, 그 함대가 요새 밖으로 나와서 우리에게 다가와야 그것이 실제적인 위협이 되는 겁니다." 조슈아의 말에 랑베르는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 함대만 무력화 시킬수 있다면 - 자네 말대로라면 아예 출격을 시키지 못하게 하던가, 아니면 미리 꾀어내서 아작을 내버리든가 말일세 - 파비아를 굳이 점령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인가?" 샤를 대담공의 말에 조슈아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노르망디 대공 각하. 우리는 그 둘 중에 한 경우만 유도해내도 충분합니다." "그래서 이런 작전을 짜자고 한 건가?" "네, 물론 이런 식으로 후방에서 싸우는 트릭을 쓴다먼 적군들도 처음에는 속을 겁니다. 하지만 적군의 지휘관이 그 트릭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을지도 모릅니다. 분명 저것은 자기들을 유인하기 위한 함정이라고 알아채겠죠. 하지만…" "하지만?" 샤를 대담공의 반문에 조슈아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들이 알아챈다고 하면 오히려 일부러 우리의 의도를 적군에게 보이는 겁니다." "말도 안되! 지금 저들이 그럼 우리를 속였단 말인가!!?" 로베르트는 순간 자신이 커다란 오판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명 로베르트는 저 적군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리고 그들의 의도를 파악했기 때문에 그들의 허를 찌르기 위해 함대를 몰고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자기 눈 앞에서 네우스트리아 군함들이 아군의 함정을 격추시키면서 유란드라 제국 본군의 기습은 염두에 두지 않는 모습… "각하! 지금 우리에게 승산이 없습니다! 빨리 요새로 귀환을…!" 그리고 부관이 다급하게 외치는 것과 함께, 적군 함정이 발사한 마력포가 로베르트가 탄 기함의 브릿지를 직격해 버렸다. 브릿지 앞의 정면 창에서 밝은 빛이 번쩍이는 그 순간, 엄청난 마력 에너지가 브릿지 안의 모든 사람과 자신을 쓸어버리는 걸 느끼며 로베르트 소령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 자신이 속았다고. "일부러 보여줄 생각이세요?" "네. 괜찮아요, 알루에트 씨." 전쟁이나 전투에서 조슈아가 일반인의 상식을 초월하는 짓을 자주 저지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오늘 그가 하는 말만큼은 적응이 되질 알았다. 세상에 어떤 전략가가 일부러 자신의 작전 의도를 상대방에게 보여준단 말인가. "괜찮아요, 알루에트 씨. 파비아를 수비하고 있는 지휘관이 상당히 똑똑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그런 작전을 짠 거니까요." "상대방이 똑똑해서 그렇게 하신다구요?" "네, 그러니까 말이죠. 전략과 전술에 어느 정도 정통한 사람들은 분명히 제가 어떤 함정를 쓰더라도 반드시 알아채게 되어 있어요. 특히 유란드라 제국군들은 분명 제가 전에 비프로스트 요새를 야바위로 거저 먹어버린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거란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함정을 파봤자 그들이 그걸 눈치 못챌 확률은 제로에요. 그래서 전 일부러 그들에게 우리가 함정을 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거에요." "… 그 말의 의미는 잘 알겠어요, 조슈아 님."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알루에트. 조슈아는 그제서야 안심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그러니까 만일 우리가 그렇게 거짓으로 후퇴를 하면서 마치 적군과 후방에서 전투를 치르는 인상을 보이면, 그들 지휘관은 이렇게 생각할 거에요. 이것은 자기들을 끌어내기 위한 함정이 아닐까… 하지만 너무나 '눈에 뻔하게 보이는 함정'이 아닌가…." "아…." 조슈아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루에트는 알 것 같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적군 쪽은 오히려 이쪽의 의도가 더 헷갈리게 될 것이고… "저들의 의도는 우리를 요새 안에다 묶어놓고 안전하게 주력군과 싸울 생각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거에요. 그렇다면 그들은 오히려 우리들의 그 작전에 속은 척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우리의 뒤를 역습하기 위해서 나올 거에요." "… 아아." 알루에트는 그제서야 조슈아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순간 오싹한 기분까지 들었다. 조슈아의 말대로라면 그는 일부러 적군이 자신들의 생각보다 '한 발짝 더 앞서' 예측을 하게 만들어 놓고는 바로 그 자리에 함정을 파 버린 셈이었다. 서서히 포위망이 좁혀 들어가면서 붕괴되어 가는 파비아 요새 함대들… 아마도 그들은 조슈아의 작전을 완벽하게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그 헛점을 노려 공격했다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 조슈아의 함정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대담공 샤를은 조슈아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만일 그들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 "당연히 그것도 좋은 겁니다, 각하." 조슈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건 그들과 우리의 입장의 차이이기도 한데, 그들은 굳이 나올 필요 없이 파비아만 지키고 있어도 충분한 입장입니다. 우리의 입장은 우리가 적군 본대와 싸우고 있을 때 그들이 나오지 않게만 하면 됩니다. 즉, 그들의 요새 함대가 나오지 않게 하거나 그 함대를 미리 전투 전에 유인해서 전멸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물론이네." "그런데 만일 우리가 이런 식으로 함정을 파 놓았는데 그들이 그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알아채게 된다면 분명 적군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되는 겁니다. 안전하게 요새를 끝까지 수호하거나, 혹은 우리가 이런 작전을 써서 그들이 요새에서 나오지 않게 했다고 우리가 '믿게 만들었다고' 그들이 '믿는' 것입니다." "…호오." 이제 좀 알 것 같았다. 그가 말한 '파비아에서 적들을 끌어낼 것'이라는 말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었단 말인가… 생각해 보면 조슈아의 이번 작전은 상당히 무서운 궤계에 속했다. 말하자면 상대방이 아군의 작전을 파악하게 했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만들어서 오히려 뻔한 함정에 스스로 발을 집어넣게 만든 게 아닌가… 사실 요새 안에 죽치고만 있어도 되는 적군에게 오히려 그런 우월감을 심어줘서 스스로의 유리한 점을 밀어두고 모험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조슈아 경은 사람의 심리까지 조종할 정도란 말인가…. 그가 괜히 '마술사'라고 불리는 게 아닌가 보군." 전에 랑베르 공과 대화했을 때 랑베르 공이 조슈아 경을 극찬하는 것에 대해 솔직히 샤를 대담공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비프로스트 요새를 무혈 점령했다는 소리엔 상당히 놀랐지만, 그것만으로는 조슈아가 왜 그렇게 찬사를 듣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는데… 오늘 그가 생각한 대로 전황이 변하는 것을 보며 샤를 대담공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만일 그가 이 제국이 아니라 유란드라 제국군의 장수로 여기에 왔었다면 그는 아마 샤를 그 자신의 심리까지 교묘히 조종해 가면서 포화 속으로 함대를 거꾸려뜨렸을 것 아닌가… '그 붉은 눈의 장수 레오폴트 경이란 자와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인물이겠군. 조슈아 경이라… 그를 적으로 삼지 않은 게 다행이야.' 이젠 서서히 붕괴되어 패주하는 양상을 보이는 파비아 주둔 함대… 그들은 이제 더 이상 함대의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와해되어 있었다. 게다가 요새 지휘관 로베르트 경이 타고 있는 기함까지 격추당해버린 이상, 파비아 요새에서 수비군 전체를 지휘할 사람마저 없어져 버렸다. 말 그대로 파비아의 공격력은 제로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 때였다. 노르망디 공작 샤를의 부관인 니콜라 대위가 급하게 샤를에게 보고했다. "각하! 유란드라 제국의 본대가 현재 파비아 외곽까지 접근했다고 합니다. 곧 얼마 안 있어 전투가 시작될 것입니다!" "아직 파비아는 용케 점령당하지 않았습니다." 전술 장교의 보고에 레오폴트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점령당했다고 하더라도 상관 없네." "네?" "아니, 적군이 파비아를 점령해서 그 안에서 농성을 했더라면 오히려 더 편했을 텐데 말야." "…?" 부관은 레오폴트의 의외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레오폴트가 괜히 농으로 그런 소리를 한 건 아니었다. 만일 적군이 파비아를 점령해 그 안에서 농성을 벌인다고 하면 레오폴트의 입장에서 그보다 편한 일이 없다. 단순히 파비아를 포위하기만 한 채 적군들이 식량이 떨어져서 다 굶어죽을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으면 끝나니까 말이다. '하지만 역시 그렇게 되지는 않았군. 그 '사기꾼 녀석' 덕분이겠지.' 조슈아를 의식한 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레오폴트는 앞의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 파비아를 둘러싼 네우스트리아 제국군 함대들의 거대한 진형을 바라보았다. 자기들이 올 것을 미리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완벽하게 대항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소리는 혹시나 모를 파비아 주둔 함대의 역습을 미리 봉쇄를 해두었다는 소리일 터… 그렇게 생각한 레오폴트였지만, 설마 방금 전에 적군이 파비아 안에 있던 주둔 함대들을 꾀어 내어 전멸을 시켰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레오폴트 그도 신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파비아의 주둔군과의 연계작전은 일단 폐기해 두는 셈 치고, 레오폴트는 나름 생각해 둔 게 있는 듯 지금 옆에 없는 트리스탄을 떠올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별동대를 딸려 보냈는데, 잘해 주었으면 좋겠군…." 본격적으로 양측의 함대가 접근을 하자, 보통의 전투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향해 포문을 여는 것으로 전투의 막이 올랐다. 양측에서 쏘아대는 마력포의 불길이 마치 드래곤 브레스같이 서로를 향해 뿜어지는 광경은 언뜻 보기엔 아름다워 보일 정도였다. 그 불길에 격추되는 비공함 안의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만 아니라면. 그 사람들의 피의 색까지 칠해져서 그 불꽃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라면 그것은 낭만적인 시인들의 감성에서 나오는 감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해서 일어나는 불꽃의 향연일 뿐… 바람과 창공을 캔버스로 삼아 전쟁의 신이 그려나가는 잔혹한 풍경화가 지금 파비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 풍경화 가운데에서 적군을 맞아 분투하고 있는 아키텐 공작 랑베르는 이상한 보고를 하나 받았다. "적지 않은 수의 함대가 아군의 진형 옆으로 돌아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정찰병의 보고입니다." "함대가 말인가?" 처음 랑베르가 그 보고를 듣고 떠올린 것은 그 함대가 별동대일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아니면 유인을 위한 미끼 함대이거나. 아까 파비아의 주둔 함대를 전멸시켜서 후방 쪽은 안전해졌다만, 만일 지금 그 함대가 별동대이고 그 별동대가 후방으로 몰래 돌아들어가 후방에서 본진을 교란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하지만 만일 그게 단순히 유인용 미끼 함대라면… "…각하?" "흠… 지금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 수는 있겠나?" "네, 가능합니다." "그럼 그 함대를 추적하도록 하지." 그 함대가 유인을 위한 함대라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네우스트리아 제국군과 비슷한 수, 아니 더 많을지도 모르는 군대를 이끌고 온 적군이 우위를 가지고 있는 이상, '정상적인' 생각을 하지 않겠냐는 게 랑베르의 생각이었다. 크게 불리한 것도 아닌데 유인함대를 쓴다는 뻘짓을 그들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지시를 내리며 랑베르는 부관에게 지시를 내려 상파뉴 백작령 함대의 조슈아 백작에게 통신을 연결하라고 말했다. "이보게, 조슈아 경." "아키텐 공이시군요." 통신 스크린에 조슈아의 모습이 비치자 랑베르의 표정에서 싱긋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예상대로 조슈아가 브릿지 지휘석의 탁자 위에 걸터앉아 있는 불량한 태도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랑베르는 그다지 그의 그런 태도를 나무라고 싶진 않았다. 자고로 한 함대의 지휘관이라면 그 함대 안에서는 마치 왕과 같은 권위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걸 자신이 뭐라고 간섭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기에 갑자기 저를 찾으셨습니까?" "우리 본진 쪽으로 양동 부대가 접근 중이라는 보고를 들었네." "네?" 조슈아가 되물었다. "양동 부대 같네. 처음에는 우리 군의 분산을 유도하기 위한 유인 함대라고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아키텐 공작 각하." 조슈아가 약간 의문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인 함대가 맞는 것 같습니다." "… 지금 자네 뭐라고 했나?" 그럼 자신이 그 뒤를 추적하는 것이 틀렸다는 소리가 되는 건가. "하지만, 아키텐 공." 그러나 조슈아의 다음 말은 이젠 어이가 없기까지 했다. "그 함대는 유인 함대가 아니라 진짜 별동대이기도 합니다." "… 지금 뭐라고 하는 건가, 자네?" 아까 조슈아가 대놓고 유인 함대라고 말해서 머쓱해 있던 랑베르로서는 지금 조슈아가 모순되게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슈아는 자기가 단순히 말장난이나 하려고 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는듯 설명을 했다. "지금 제 말뜻은, 랑베르 각하께서 쫓으려 하시는 그 함대가 유인함대이긴 하되, 그 함대가 유인을 하려는 목적이 적군의 본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가려 보이지 않는 '진짜 별동대'를 위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 미끼를 써서 진짜 별동대를 우리 본진 쪽으로 보내겠다는 소리로군." "네, 그렇습니다. 아키텐 공." 이제야 그의 말을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아키텐 공 랑베르는 조슈아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후방에 있는 본영이 위험해진다는 소리가 되는군. 자네가 가서 막아 주겠나?" 그 동안 랑베르 자신이 그 유인 함대를 붙잡고 늘어져서 별동 부대의 엄호를 하는 일을 막겠다는 무언의 뜻을 알고, 조슈아는 랑베르에게 경례를 올렸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알겠네. 부탁하네, 상파뉴 백작." 역시 '맡겨 주십시오.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같은 군인다운 대사는 일체 하지를 않는 조슈아다운 대답에 랑베르는 싱긋 웃으며 그의 행동을 승인해 주었다. "역시 생각대로군." 조슈아의 눈 앞에는 이제 막 교전을 준비중인 네우스트리아 본진영의 함대와 유란드라 제국군 별동 부대 함대의 모습이 보였다. 유인 함대를 아키텐 공작의 함대가 맹렬히 공격해 주의를 돌리는 한편, 재빨리 본영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상파뉴 백령 함대는 가까스로 본영이 별동대의 기습을 받아 무너지기 직전에 온 것이었다.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던 듯 네우스트리아 제국군의 본진영의 함대들은 우왕좌왕하며 별동대의 기습에 하나 둘씩 침몰하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 조슈아가 당도한 것이다. 하지만 조슈아는 이 상황에서 진형을 잡고 별동대를 상대할 생각을 하는 대신에, "진형 재정비는 필요없어요. 모두들 적군을 향해 공격 개시!" 휘하의 군사들에게 쉴새 없이 유란드라 제국군 별동대에게 공격을 퍼부을 것을 명했다. "각하도 맹공을 선호하실 때가 다 있군요." "때에 따라선요." 의외라서 놀랐다는 듯 바르토르가 건네는 말에 조슈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했다. 사실 이럴 때는 오히려 무지막지하게 적군에게 맹공을 퍼부어 상대가 '기습 공격'의 우위를 점하는 것을 막아 기선을 제압하는 쪽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진형을 잡고 신중하게 싸우다가 본진이 쓸려나가 버리면 죽도 밥도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한편 별동대를 이끌고 지휘를 하고 있던 트리스탄은 옆에서 급작스런 기습을 가하는 네우스트리아 구원군의 정체를 알아채고 반색을 하며 말했다. "저 자가 바로 조슈아 백작인가!" 레오폴트 공작의 명을 받고 별동대를 이끌어 적의 후위를 치기 위해 왔지만, 평소 레오폴트가 한번 겨루어 보고 싶다고 하던 그 지장 智將 을 뜻밖에 여기서 만나게 되자 트리스탄은 호승심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구원군이 오리라고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그 구원군이 이렇게 빠르게 나타나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물론 그가 유인 함대로 주의를 돌려놓고 이 별동대로 본진을 치려고 한 걸 설마 누군가가 간파하리라고는 생각치 못해서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조슈아가 지금 이렇게 맹공을 퍼부으는 의도를 파악하고 있긴 했지만 수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트리스탄은 일단 군을 뒤로 물렀다. 하지만 조슈아는 그 기회를 틈타 흐트러진 진형을 재정비하고는, 트리스탄이 물러서는 그 순간을 노리고 다시 공격 태세로 들어가 유란드라 군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 기세가 얼마나 맹렬했는지 조슈아의 기함 『투아하 데 다난』이 선두에서 위험스럽게 적군을 향해 돌출될 정도였다. "각하, 기함이 너무 최전선에 위치해 있습니다. 위험할 터이니 일단 기함을 후방으로…." "아니에요. 계속 전진하세요, 함장. 이대로 선두에서 싸울 겁니다." 함장이 옆에서 하는 조언에 조슈아는 단칼에 거절하고는 거듭되는 공격에 주춤하며 수비형으로 움직이는 적군의 함대를 노려보았다. 조슈아는 평소 이런 소신이 있었다. 어느 한 군대에 있는 병사들이 전쟁에 나와서 피를 흘리며 싸울 때 그 옆에서 지휘관도 같이 최전선으로 나와서 함께 싸우며 병사들을 격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휘관의 임무이자 당연한 소명이라는 것이다. 전쟁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싫어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조슈아였지만 그 소신만은 확실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과감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스스로 생각해 봐도 자신은 머리를 쓰는 것 외에는 군에 대해서 도움이 되는 게 없으니, 이런 행동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 될 거라고 조슈아는 생각했다. "그래도 본진이 위험한 건 변함없어 보입니다만." 바르토르가 지적한 대로였다. 비록 지금 그들이 형세를 수비쪽으로 바꿨다고는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일 뿐이었다. 적군은 유연하게 조슈아의 함대를 받아내면서 다른 쪽으로 군세를 움직여 다시 본영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래가지고서는 군세의 우위를 확실히 점하지 못하는 이상 본진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 결국 어찌할 수 없는 건가…" 조슈아가 미쳐 도달하기도 전에 그들이 본진까지의 진입을 성공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조슈아도 어쩌지 못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었다. 이런 이상 후방에서의 붕괴는 막을 수 없었다. 여기서 시간을 끌어봤자 전방의 군대가 적군에 밀려버리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는 것은 곧… "……!" 조슈아는 순간 뭔가 한 가지 잊고 있던 걸 기억한 듯 알루에트를 다급하게 불렀다. "알루에트 씨!" "네, 넷?!" 조슈아의 부름에 알루에트는 깜짝 놀랐다. 평소 어떤 상황에서든지 침착함을 유지해 왔던 조슈아였다. 그런 그가 지금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는 건 어느 정도로 급한 일이기에… "지금 태자 전하께서 어디에 계신지 알고 있나요?" "전하께선 방돔 백작 지금 샤를 드 부르봉 경의 함대에 계세요. 파비아 인근에서 노르망디 대공의 함대와 같이…" "거기로 갑니다." 조슈아는 뭔가 놓쳐서 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를 악다물고 명령을 내렸다. "모든 비공함들은 기수를 파비아로 돌리도록 하세요!" 조슈아의 조용하지만 진지함이 담긴 명령에 상파뉴 백령 함대는 파비아로 프로플롭을 돌려 향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함대의 진로를 바꾼 조슈아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알루에트는 아직도 놀란 눈으로 조슈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 조슈아 님?" 그가 이렇게 급박한 기색을 띠는 걸 처음 보는 알루에트가 당황해 하는 모습에, 조슈아는 뭔가 설명이 필요하겠다 싶었는지 그녀와 바르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항상 입버릇으로 달고 다니는 말이 있어요. 네모 프로페타 인 파트리아 Nemo profeta in patria (예언자도 고향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저는 항상 나쁜 예감을 잘 적중시키거든요. 그런데 지금…." 조슈아는 설마 그렇게 되진 않을 거라고 속으로 간절히 빌며 말을 이었다. "갑자기…태자 전하에 대한 나쁜 예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어요."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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